축구·배구·하키 랭킹의 ‘점수 주고받기’는 어떻게 계산될까
축구(FIFA), 배구(FIVB), 하키(FIH)의 세계랭킹은 대회 성적을 더하지 않습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두 팀이 점수를 주고받고, 그 결과가 쌓여 지금의 순위가 됩니다. 체스의 Elo 레이팅에서 온 방식입니다. 이 글에서는 FIFA와 FIH가 공개한 공식으로 실제 숫자를 넣어 계산해 봅니다.
기본 원리: 기대보다 잘하면 얻고, 못하면 잃는다
Elo 계열 랭킹은 두 팀의 점수 차로 “이길 확률”을 먼저 계산합니다. 점수가 높은 팀은 이길 것으로 기대되므로, 이겨도 조금만 얻습니다. 점수가 낮은 팀이 이기면 기대를 크게 뛰어넘은 것이므로 많이 얻습니다. 한쪽이 얻은 만큼 다른 쪽이 잃기 때문에, 전체 점수의 합은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FIFA: 기대 승률과 경기 중요도
FIFA는 2018년부터 다음 공식을 씁니다.
새 점수 = 이전 점수 + I × (W − We)
- W — 실제 결과. 승리 1, 무승부 0.5, 패배 0. 승부차기는 승리 0.75, 패배 0.5로 셉니다.
- We — 기대 결과. 두 팀 점수 차(dr)로 계산하며, We = 1 / (10−dr/600 + 1)입니다.
- I — 경기 중요도. 친선경기는 작고, 월드컵 본선 8강 이후 경기가 가장 큽니다.
예를 들어 상대보다 100점 높은 팀의 기대 결과는 1 / (10−100/600 + 1) ≈ 0.59입니다. 이 팀이 월드컵 조별리그(I = 50)에서 이기면 50 × (1 − 0.59) ≈ 20점을 얻고, 비기면 50 × (0.5 − 0.59) ≈ −5점으로 오히려 잃습니다. 같은 경기가 친선경기였다면 움직이는 점수는 몇 분의 일로 줄어듭니다. 큰 대회 한 번이 친선경기 여러 번보다 순위에 큰 영향을 주는 이유입니다.
FIH: 점수 차가 1,000점을 넘으면
하키의 FIH는 2020년 1월부터 비슷한 방식을 씁니다. FIH가 공개한 공식은 이렇습니다.
새 점수 = 이전 점수 + R × W × I
- R — 결과. 승리 10, 승부치기(슛아웃) 승리 5, 무승부 1
- W — 가중치. 1 − (이긴 팀 점수 − 진 팀 점수) / 1000
- I — 경기 중요도. 대회 종류와 단계에 따라 정해집니다.
2026년 10월 19일 기준 한국 남자 대표팀은 2,145.34점(20위), 바로 아래 중국은 2,133.18점(21위)입니다. 두 팀의 차이는 12.16점이라, 한국이 이기면 W = 1 − 12.16/1000 ≈ 0.988, 중국이 이기면 W ≈ 1.012입니다. 비슷한 팀끼리는 누가 이기든 R × I의 거의 그대로를 주고받습니다.
상대가 1위 독일(3,720.41점)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점수 차가 1,575점으로 1,000점을 넘기 때문에 FIH 규정상 가중치가 상한으로 고정됩니다. 한국이 이기면 최대 가중치 2가 적용돼 평소의 두 배를 얻고, 독일이 이기면 가중치가 0이라 아무 점수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강팀이 약팀과 경기하는 것을 꺼리지 않도록 만든 장치입니다.
배구: 세트 스코어까지 반영
FIVB도 2020년부터 경기 결과 기반 랭킹을 씁니다. 원리는 같지만 결과를 승패만이 아니라 3-0, 3-1, 3-2 같은 세트 스코어로 나눠, 3-2로 진 팀은 3-0으로 진 팀보다 덜 잃습니다. 발리볼 네이션스리그와 세계선수권, 올림픽처럼 큰 대회일수록 가중치가 큽니다.
이 방식의 장단점
장점은 공정함입니다. 대회 등급이 높은 대회에 초청받지 못해도, 맞붙은 상대를 이기면 그만큼 점수가 오릅니다. 대륙마다 다른 가중치를 줄 필요도 없습니다.
단점은 경기 수가 적은 팀의 순위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래전 경기 점수가 시간이 지나도 빠지지 않기 때문에, 몇 년 동안 국제경기를 치르지 않은 팀이 예전 점수를 그대로 안고 순위표에 남아 있기도 합니다. 하키 순위표에서 마지막 경기가 2021년인 팀이 30위 안에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